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개인이 동시에 팔아치울 때도 두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이 코스피 수급을 떠받쳐왔지만, 예정된 물량을 모두 채우면 이 매수세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전쟁과 금리, 환율 등 변수가 많아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21거래일 동안 자사주 4180만주를 매입했다. 전체 예정 물량 5328만5968주의 78.44%로 누적 매입액은 10조8525억원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0일부터 23거래일 동안 예정 물량의 61.28%인 1475만주를 사들였다. 누적 매입액은 25조5131억원이다.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액만 36조3656억원에 달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11월 21일, SK하이닉스는 11월 19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현재 속도가 이어지면 삼성전자는 남은 1149만여 주를 5~6거래일, SK하이닉스는 932만주를 14~15거래일 안에 채울 수 있다. 예정 시점보다 매입이 조기에 끝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 수급은 자사주 매입에 의존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15영업일 동안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2조8137억원, 16조2822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순매수는 5조9079억원에 그쳤지만 기타법인이 23조1881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이 기타법인 매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자사주 매입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코스피는 다시 외국인에게 손을 뻗어야 할 처지가 됐다.
다행히 최근 들어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국내 상장 주식을 3440억원 순매수해 올해 처음 월간 기준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이달 9~17일에는 약 14조원을 순매도했지만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486억원을 사들이며 8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21일에 이어 전날까지 3거래일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다시 국내 주식을 사들일 여건도 갖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과거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가 나타났던 시기에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 하락, 개인 매수세 약화와 매물 출회, 새로운 재료 등장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량 매수는 단순히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때보다 변동성이 진정되고 개인의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매수 근거가 더해졌을 때 두드러졌다”며 “VKOSPI는 7월 고점 89.3에서 42.42까지 낮아졌고 개인도 9월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과 마이크론 실적,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등은 외국인 매수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로 꼽힌다.
다만 외국인 수급을 낙관하기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22일 39.92%로 연초 36~37%보다 여전히 높다. 이미 보유 비중이 커진 만큼 대규모 추가 매수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한 미·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해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거나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할 경우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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