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직원인 김주혁(32)씨는 결혼하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월급의 대부분을 대출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김씨는 “30년 만기 4.8% 변동금리 상품을 간신히 구했는데 매달 원리금이 310만원씩 나가 허리가 휜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1년 만에 호가가 1억 5000만원이나 뛰었지만 차익 실현을 못 하니 그림의 떡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최모(28)씨는 아직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씨는 “전월세는 씨가 말랐고,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을 갚기엔 월급이 모자란다”며 “직장은 서울이지만 아무래도 서울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에게서 독립해 ‘주거 시장’에 첫발을 떼는 신혼부부들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나면 월 수백만원의 대출 빚 상환에 허덕이고, 전월세로 신혼집을 장만하려고 해도 매매 수준의 보증금에 그조차 매물이 없는 ‘주거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2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2024년 1억 79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0% 증가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6년 7778만원과 비교하면 130.1%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집값과 전셋값이 잇달아 오른 만큼 현재 신혼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2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액 대출을 받은 신혼부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출 잔액이 3억원 이상인 신혼부부 비중은 2016년 5.3%에서 2024년 24.0%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신혼부부 4쌍 중 1쌍은 3억원 이상 고액 대출을 갚는 채무자란 뜻이다. 집값이 계속 오르자 월 수백만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영끌 매수’에 나서면서 고액 대출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혼부부의 이자 상환 부담은 점점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임대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6억 3662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5억 5394만원에서 2년 새 8268만원(14.9%) 올랐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뒤 최고점을 찍었던 2022년 1월 6억 3424만원까지 뛰어넘었다. 중위 전세 가격도 5억 6000만원으로 2년 전 4억 8000만원에서 8000만원(16.7%) 상승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측면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들어갈 양질의 주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고, 금융 측면에서는 대출 이자를 낮춰 주고 양호한 조건을 붙여 주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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