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약 30조 원 규모의 사실상 특별배당에 대한 배당락일을 맞은 29일, 주가가 장 초반 약세를 딛고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일에는 이론적으로 주당 배당금만큼 주가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조정을 받은 뒤 오전 중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플러스권에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배당락이라는 기계적 요인보다 3분기 실적 기대감과 연말 추가 주주환원, D램 업황 개선 전망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 초반 1%대 약세 뒤 오전 중 상승 전환
이날 삼성전자는 오전 8시 2분 기준 프리마켓에서 전 거래일보다 4000원(-1.48%) 내린 26만 6000원에 거래되며 배당락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정규장 시가 역시 26만6000원으로 출발했다. 배당락에 따른 차익거래 청산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약보합세로 출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장중 27만4000원까지 오른 뒤 오전 9시 45분 기준 27만1750원~27만2500원 선에서 거래되며 전일 대비 0.6~0.9% 오름세를 기록했다. 시가가 곧 저가(26만6000원)였다는 점은 개장 직후 나온 배당락 매물이 빠르게 소화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이는 오전 시간대 기준 수치로, 장 마감 종가와 최종 등락률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배당의 기준일은 9월 30일이다. 국내 주식은 매수 후 결제까지 2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에 배당을 받으려면 28일까지 주식을 사야 했고, 그 다음 거래일인 29일이 배당락일이 됐다.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한 이번 배당 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기존 분기배당(약 2조4500억 원)의 10배를 웃돈다. 증권가가 추정하는 주당 배당금(DPS)은 유안타증권 4500원, 유진투자증권 4604원, 삼성증권 4654원 수준이다. 정확한 배당 규모와 지급일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배당금만큼 빠진다"는 공식, 왜 통하지 않았나
① 애초에 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
증권가 추정 DPS를 28일 종가(27만 원)에 대입하면 이론적 배당락 하락률은 1.7% 안팎에 그친다. 30조 원이라는 전체 배당 규모는 역대급이지만, 시가총액 대비로 보면 주가를 크게 끌어내릴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프리마켓 하락률(-1.48%)도 이 이론적 범위 안에 있었다.
오히려 하루 주가 변동폭이 예상 배당금보다 큰 경우가 잦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주가 상승폭(1만 3000원)은 삼성증권이 추정한 주당 배당금(4654원)의 세 배에 가까웠다. 실제 주가는 반도체 업황과 수급 등 다른 변수의 영향도 받는 만큼 배당금 규모만큼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배당 막차일인 28일 주가가 이미 크게 빠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8일 28만4500원에서 출발해 27만 원으로 마감하며 하루 새 5.43% 급락했다. 배당 수요로 달아올랐던 주가가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반도체 업황 우려 등이 겹치며 조정을 받은 것이다. 전날 이미 5% 넘게 밀린 만큼 배당락 부담이 일부 먼저 반영됐고, 29일에는 오히려 저가 매수가 유입될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②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사이 80%대 괴리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호적이다. 최근 150일간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 24건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49만8125원, 중앙값은 50만 원이다. 29일 오전 주가(27만1750원)와 비교하면 괴리율이 각각 83.3%, 84.0%에 달한다. 투자의견도 '매수'가 22건(9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강력매수' 1건, '중립' 1건이다.
배당락일 당일에도 긍정적인 리포트가 잇따랐다.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 56만 원과 '강력매수' 의견을, DS투자증권은 목표주가 53만 원과 '매수' 의견을 각각 유지하며 3분기 실적 전망을 내놨다. 두 증권사 모두 4분기 HBM4 매출 기여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을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배당락 매물이 나오는 시점에 실적 기대감을 뒷받침하는 분석이 겹치면서 저가 매수의 명분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③ 끝나지 않은 주주환원…"결산 재원 55조~75조 원"
이번 30조 원 배당이 끝이 아니라는 기대도 주가의 하방을 받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제시한 연간 주주환원 재원(90조~110조 원)에서 1·2분기 배당과 이번 3분기 배당을 제외하면 결산 시점 잔여 재원이 55조~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모두 현금배당으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3분기와 결산 배당을 합친 주당 배당금은 1만 3046~1만 6115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특별배당이라는 단기 수급 이벤트와 10월 초 실적, 이후 추가 주주환원 정책까지 연속적인 재료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와 유가가 안정될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배당락으로 한 번의 재료가 소멸했지만 10월 초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연말 결산 주주환원이라는 다음 재료가 곧바로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