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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압박 공세…대미투자 합의했지만 ‘알래스카 LNG’ 암초 등 협상 험로 예고

비트리움 · 조회 6 · 추천 0 ·

한국의 대미투자가 이달 초 양국의 프로젝트 공식 발표와 함께 본격 시동을 걸었지만, 한미간 엇박자로 출발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가 하면, 한국이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 8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등 밝히는 등 여론전으로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외신과 정부당국에 따르면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 한미 양국이 ‘검토 착수’ 수준으로 공식 합의문서에 명시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두고 미국이 공식 투자 대상으로 못 박으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다.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를 미룬 미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도 곳곳에 쟁점이 남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1일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서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최대 1200억 달러)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검토에 착수’하기로 서면 합의했지만, 미국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국의 공동 팩트시트 영문본을 번역하면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모든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commence working on Alaska LNG project)"라고 명시돼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확정한 것이 아니며 추진 여부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한국이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를 청구하겠다”고 발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무엇을 두 배로 청구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투자금이나 관세 등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총 3500억 달러(조선 분야 1500억달러·전략 투자 2000억 달러)의 대미투자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간의 협상과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산업부는 투자 규모는 물론 진행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주 북부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약 1300km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 수요지로 나르는 사업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고 사업의 수익성 확보 여부도 불확실해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한국산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향후 생산되는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 등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측은 사업 규모를 초기에 제시했던 67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대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허가 지연과 인력난 등 사업 진행의 걸림돌로 꼽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 프로젝트의 기준은 단 하나다. 상업적 합리성에 따라 판단하고 (합리성 확보가) 안 되면 추진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에 나온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8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지난 2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밝힌 것도 논란 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의 협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석유회수증진(Enhanced Oil Recovery·EOR) 프로젝트에 84억 달러"라고 적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측 입장을 양국 간 사전 조율 없이 주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전략적 투자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200억 달러 규모의 대형원전 8기를 미국에 짓기 위해 포괄적 내용의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지만, 이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들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전 8기'를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원전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사업별로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을 2기씩 건설하는 만큼 총 4개의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이 같은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에 관한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국내 기업들과 함께 의결권이 포함된 5∼1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엔시날 발전소 건설 사업의 경우 전력공급계약(PPA)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미 양국이 발전 기자재, 설계·시공 등 프로젝트의 전 분야에 걸쳐 역량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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