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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가격 2배 뛰고 범용도 품귀…증권가 “내년 영업익 630조 넘는다”

부가티시론 · 조회 5 · 추천 0 ·

“메모리 공급이 빠듯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달 7일 한국을 찾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꼽으며 “1~3년 정도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3~5년 이상 이어지는 관계를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이튿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이 같은 공급 부족이 얼마나 막대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3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 107조 4000억 원은 사실상 메모리 사업에서 나왔다. 메리츠증권은 D램에서 80조 1000억 원, 낸드플래시에서 28조 7000억 원 등 메모리 사업에서만 약 109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조 원대 적자를 메모리가 메운 셈이다.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반도체 판매량보다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각각 3.4%, 4.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20.1%, 19% 뛰었다. 판매 물량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익이 급증한 것이다. 원화 강세라는 악재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평가다.

실제 메모리 시장에서는 1년 새 가격이 최대 8배까지 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인 DDR4 8Gb(기가비트)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개당 6.3달러에서 올해 9월 26달러로 4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 가격도 3.8달러에서 30.6달러로 8배가량 뛰었다. AI발 공급 부족이 범용 메모리 시장까지 얼마나 깊숙이 확산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라는 분석이다.

수익성도 통상의 제조업 수준을 넘어선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영업이익률을 78.5%, 낸드는 68.9%로 추정했다. 두 사업을 합친 메모리 영업이익률은 약 76%에 달한다. 최근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 66%보다도 약 10%포인트 높다.

메모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가 바꿔놓은 생산구조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스마트폰용 범용 제품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HBM은 같은 용량의 일반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3배 이상 많다.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을 만들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내년에는 메모리 부족 현상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HBM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생산능력에서 HBM을 제외한 범용 제품의 비중은 지난해 73%에서 올해 65%, 내년에는 5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역시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사업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엔비디아 등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판매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가격이 내년에는 올해의 2배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차세대 HBM의 판매 비중까지 커지면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는 한층 확대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366조 3868억 원이다. 내년에는 538조 9212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4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이보다 높은 632조 4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파른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고객사의 원가 부담과 향후 공급 확대 가능성은 변수다. 일부 고객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탑재 용량을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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