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조기에 마무리하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의 하방을 지지했던 기업 매수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사주 취득 완료를 공식화한 지난 12일 코스피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종료와 증시 급락이 시기적으로 맞물린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외국인 매물을 받아낼 새로운 매수 주체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자기주식취득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총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보통주 5685만6305주를 장내에서 취득했다. 당초 11월까지 예정됐던 자사주 매입을 한 달 이상 앞당겨 마무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매입 기간 하루 최대 200만주씩 자사주를 사들였다. 실제 취득 금액은 거래일별로 약 5000억원 안팎에 달했다. 마지막 매입일인 지난 6일에도 292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5조원 규모의 매입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매수 수요가 사라진 시점에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날 지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밀려 장중 6% 넘게 급락하며 한때 5911.11까지 밀려났다, 가까스로 6000선을 지켜냈다. 지수가 지난 12일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시의 하방을 지지할 매수 주체가 부족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마지막 자사주 매입일인 지난 6일 27만2000원에서 13일 23만750원으로 15.17% 급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177만3000원에서 144만5000원으로 18.50%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자사주 취득 결과보고서를 공시한 지난 12일 두 종목은 각각 4.39%, 4.52%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각각 7.39%, 10.09%씩 내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장이 빠진 데는 크게 중국발 반도체 충격과 코스피 200일선 이탈에 따른 기술적 추세 훼손 불안감 확대, 외국인 대규모 포지션 조정을 비롯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일시적인 수급 공백 등 얇아진 국내 수급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 매도세를 흡수하는 ‘수급 안전판’으로 작용해 온 만큼, 매입이 조기에 종료되면 증시를 지탱할 매수 주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 종료된 데 이어 SK하이닉스의 매입도 이번 주를 전후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기업 매수세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지난 8월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기타법인은 약 44조4881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약 30조545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투자자 역시 약 13조796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기타법인 매수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기타법인 순매수액은 약 14조7116억원, SK하이닉스는 약 31조1551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의 기타법인 순매수 합계는 약 45조8667억원에 달했다. 코스피 전체 기타법인 순매수액을 웃도는 규모로, 다른 종목에서 발생한 기타법인 순매도까지 두 반도체 대형주의 매수세가 상쇄했다는 의미다.
외국인 매도세 역시 두 종목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8조2748억원, SK하이닉스를 약 18조2771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약 26조551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이다.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대형주에서 발생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이후 지난 7일 1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약 6조7570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도 각각 약 9346억원, 3조2457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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