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인공지능(AI) 관련주 급락에 일제히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커졌고, 그동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AI 관련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1% 하락한 7718.9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29일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8% 급락한 2만6692.87로 마감해 7월 23일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8.62포인트(0.09%) 내린 5만1621.4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유나이티드헬스와 암젠 등 헬스케어 종목의 상승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됐다.
美 9월 CPI 3.7%로 예상 상회…10월 금리인상 확률 22%→37%
이날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연간 상승률은 전망치 3.6%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각각 예상치 0.2%, 2.5%를 상회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에너지 이외 부문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33달러로 1년 전 약 3.08달러보다 40% 넘게 높아졌다.
물가 충격에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전날 22%에서 37%로 뛰었다.
애덤 사한 50파크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이번 물가 보고서를 반기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시장과 연준의 공공의 적 1호"라고 강조했다.
AI 투자 부채 부담 부각…오라클·코어위브 폭락
금리인상 우려는 특히 막대한 자금을 차입해 AI 인프라를 확충하는 기업들에 직격탄이 됐다.
오라클은 8.8% 급락했고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와 네비우스는 각각 15%, 10% 폭락했다. 높은 차입 비용이 AI 투자 확대와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했다.
AI 서버 제조업체 델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도 각각 11.4%, 8.2% 급락했다. 바클레이스가 두 기업의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반도체주도 약세를 이어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 떨어지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25년 5월 이후 최장 연속 하락 기록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4% 넘게 떨어졌고 AMD와 샌디스크도 각각 5% 이상 급락했다. 인텔 역시 4% 넘게 하락했다.
S&P500의 11개 업종 가운데 8개가 하락했다. 정보기술 업종이 2.6% 떨어져 가장 부진했고 통신서비스 업종도 1.78% 하락했다. AI 관련주의 급락은 올해 증시 상승세가 소수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올해 들어 약 13% 상승한 상태다. 하지만 지수 구성 종목의 상승률 중간값은 4%에 그쳤고 200개 넘는 종목은 연초 대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주도 부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 감시 실패와 관련한 규제 벌금 충당금 12억달러를 반영하면서 3분기 순이익이 감소해 주가가 4.8%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분기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주가는 약 3% 떨어졌다. S&P500 은행업종지수는 0.7% 하락해 지난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연준의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물가지표 발표에 앞서 지난 9월 금리인상 이후 시장과 경제의 변화를 지켜볼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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