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00.6원) 대비 16.7원 오른 1517.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달 26일의 1432원 수준과 비교하면 약 6% 급등한 수치다. 환율 충격에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5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한국 시각 24일 오전 8시 44분)이 임박하면서 전쟁 확산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고,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0.39달러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48% 하락했고 대만 자취엔지수는 2.45% 내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63%), 홍콩 항셍지수(-3.54%)도 동반 하락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 경로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이다.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에서 긴축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가 아시아 증시 하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호르무즈해협이 가장 큰 변수가 된 가운데 장기화할 경우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두려움이 큰 듯하다”며 “다음 달 코스피는 5000선이 깨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분할 매수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축소 신호가 강화되자 현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날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6985억 원, 기관은 3조 8170억 원 각각 순매도했다. 기관은 역대 최대, 외국인은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0조 2784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화가 손쉬운 반도체·증권·원전·방산 등 그간 상승률이 높았던 대형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돼 삼성전자는 6.57% 하락한 18만 6300원, SK하이닉스는 7.35% 내린 93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에서 낙폭이 확대됐고 금리 상승 우려에 한국금융지주(-10.02%), 미래에셋증권(-8.57%), 키움증권(-9.88%) 등 증권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동 전쟁이 반도체 수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 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유가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은 AI 투자 내러티브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성 지표도 급등했다. VKOSPI는 전일 대비 12.87% 오른 62.80으로 마감하며 7거래일 만에 다시 60선을 넘어섰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액 역시 150조 원을 상회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저가 매수에 나서며 시장을 지탱했다. 이날 개인은 7조 31억 원 순매수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널뛰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상승과 금리 경로가 맞물려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전쟁 상황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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