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가 지난달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지는 상황에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까지 급락하자 일본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엔화로 미국 국채 투자하기’ 전략도 엔화와 채권 가격 동반 하락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일본 주식을 4440만 달러(약 651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3021만 달러)보다 약 47%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 3월 중동 전쟁 리스크가 일단락 된 이후 닛케이가 고공행진하던 4~5월 일본 주식을 3426만 달러어치 순매수했으나 6~7월에는 이보다 두 배 많은 규모를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건 우선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주가 조정이 1차적인 원인이다. 일본 낸드 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홀딩스 주가는 이날 9.49% 내린 5만 6010엔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달 22일 장중 최고가 11만 2700엔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국내 투자자 보유액 1위 종목인 키옥시아는 이달 들어 14일까지만해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순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15~23일에는 1226만 달러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 대비 닛케이 지수 하락폭이 크지 않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음에도 대규모 순매도가 벌어지고 있는 데에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엔화 급락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원·엔 환율은 전날 100엔당 899.49원으로 떨어져 1년 8개월 만에 900원을 하회했는데 올 들어 환율이 100엔당 930~970원대 움직임을 보였음을 고려하면 환차손만 3~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 투자 성격이 짙은 채권 개미들은 엔저로 인한 손실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중순부터 2년 넘게 국내 투자자의 일본 증시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던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종목번호 2621)’가 대표적이다.
2621 ETF는 2020년 말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으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를 집중 투자한다. ETF 매수시 엔화로 환전해 투자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약 한 달 간 5%대를 뛰어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가장 오래 고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621 ETF의 연초 대비 손실률은 -8.2%인데 최근 한 달 손실률만 -4.47%에 달했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은 환차손까지 부담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손실폭이 확대됐다. ETF CHECK에 따르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는 최근 한 달간 -9.74%를 기록하며 국내 채권형 ETF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9.55%로 뒤를 이어 수익률 하위 2위다. 두 상품 역시 일본 엔화로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다.
증권가에서는 엔화 약세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경로가 유지되는 한 달러는 구조적으로 지지되며 엔화에는 하방 압력이 걸린다”며 “일본 재무성(MOF)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통화 방향을 바꾸는 촉매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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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조정·엔저 겹악재…발 빼는 일학개미
털보아저씨 · 조회 9 · 추천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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